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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임시수도 기념거리’를 걷다


일제강점기 중국 상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세워졌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지만, 한국전쟁 당시 부산에 임시수도가 세워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부산이 대한민국의 ‘임시수도’였다는 사실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전국적으로 근대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부산 서구 부민동 일대에 있는 임시수도 정부청사와 임시수도기념관 등이 재조명받고 있는 것. 시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우리나라의 임시수도로서 제 역할을 훌륭히 해낸 서구 부민동 일대에 ‘임시수도 기념거리’를 조성했다. 

                    
                

시작은 ‘구 임시수도 정부청사’에서

  • 현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은 한국전쟁 때 임시수도 정부청사로 쓰였다. 

임시수도 기념거리에는 근대건축양식으로 세워진 부산 임시수도 정부청사, 임시수도 기념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우리나라의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보니, 역사 학습의 장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임시수도 기념거리는 구 임시수도 정부청사(현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에서 시작하여 임시수도기념관까지 이어진다.
 
구 임시수도 정부청사는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에 자리 잡고 있다. 멀리서 보아도 붉은색 벽돌로 된 외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좌우 대칭을 이루며 길게 늘어진 건물은 대번에 요즘 지어진 것이 아님을 짐작게 한다. 이 건물은 본래 일제강점기였던 1925년 일제가 경상남도청을 진주에서 부산으로 옮겨올 때 지은 건물이다.
 
대륙 침탈의 전초기지로 쓰였던 건물은 이후 한국전쟁 때 임시수도 정부청사로 쓰였다. 휴전협정 후에는 다시 경남도청으로 쓰였으며, 1983년 경남도청이 창원으로 옮겨 간 뒤에는 부산지방법원과 부산지방검찰청 본관으로 쓰였다. 이후 ‘실미도’, ‘하류인생’ 등 영화 촬영지로 종종 등장하였으며, 지난 2007년 이후부터는 동아대학교 박물관으로써 사용되고 있다. 

 

‘임시수도 기념거리’를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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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대학교 박물관에서 나오면 곧바로 '임시수도 기념거리'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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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시수도 기념거리'에 천막학교에서 공부하던 학생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동아대학교 박물관에서 나오면 곧바로 이어지는 거리가 ‘임시수도 기념거리’다. 임시수도 기념거리에는 다른 거리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노면 전차다. 기념거리가 시작됨을 알리는 표지판 뒤로, 녹색 전차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부산의 거리에는 일제강점기였던 1910년대부터 한국전쟁 이후인 1960년대까지 노면 전차가 지났다. 임시수도 기념거리에 전시된 전차는 1950년경 미국이 무상원조한 것으로 1968년까지 운행되던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조형물도 볼거리다. 한국전쟁 당시 천막학교에서 공부하던 아이의 모습과 피난을 떠나오던 가족의 모습 등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일면을 보여주는 조형물들이 거리 곳곳에 조성돼 있다. 독특한 볼거리는 또 있다. 바로 무궁화 모양을 한 가로등이 그것. 무궁화 모양의 파란 표지판 안에는 ‘임시수도’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 가로등을 따라 걷기만 하면 제아무리 길에 대한 감각이 무딘 사람일지라도 임시수도 기념거리를 벗어날 일이 없으니 안심이다. 가로등을 따라 다시 길을 걷는다. 이번엔 야트막한 언덕에 이른다.

 

‘임시수도 기념관’에 이르다

  • 무궁화 모양의 표지판을 따라 걷다 보면 '임시수도 기념관'에 이른다. 

야트막한 언덕 너머로 또다시 익숙한 붉은색 벽돌이 보인다. 임시수도 기념관이다. 임시수도 기념관은 본래 1925년 일제가 경상남도청을 옮겨오던 당시 경남도지사의 관사로서 지은 건물이었다. 그러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대통령 관저로 사용하게 된다. 동아대학교 박물관이 부산지방법원과 검찰청으로 사용될 때에는 검찰청장이 사용하였는데, 현재는 한국전쟁 당시 모습으로 복원해 두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유품을 비롯하여 대통령의 집무실, 응접실, 거실과 손님방 등 모두 예전 모습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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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시수도 기념관' 내부에는 대통령의 집무실, 응접실 등이 복원돼 있다.

한국전쟁이라는 아픈 역사가 있은 지도 어느덧 6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사이 전쟁으로 참혹했던 실상은 모습을 감추었고,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인정할 만큼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강산이 몇 번이나 변하는 사이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여전히 분단국가라는 사실이다. 부산 임시수도 기념거리를 걸으며, 모른 척 잊고 지낸 우리 역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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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당시 부산은 약 천 일 동안 우리나라의 ‘임시수도’였다고 하는데요. 제 역할을 굳건히 해준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다시는 전쟁이라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9년 04월 1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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